Version: v1.0.0 · Date: 2025-08-18
5장. 하나
분리된 자아의 환영
사람들은 흔히 ‘나’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분리된 개체라고 생각해.
나의 몸, 나의 생각, 나의 감정은 철저히 내 소유라고 믿지.
학교에서도 우리는 늘 그렇게 배워왔어.
자아란 건 독립적이고, 다른 사람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경계 안에 있다고.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믿음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돼.
자아라는 건 사실 경험의 경계에서 생겨난 일종의 환영이야.
마치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생겨나는 파도가 자기 자신을 독립된 존재라 착각하는 것과 같아.
파도는 분명히 모양이 있고, 다른 파도와 구분되어 보이지만,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바다와 하나잖아.
내 호흡은 나무가 내뿜은 산소로 이루어지고,
내가 내뱉은 이산화탄소는 다시 숲의 양분이 돼.
내가 먹는 곡식은 태양의 빛을 머금은 흙의 결실이고,
내 몸을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는 이미 수십억 년을 거쳐온 우주의 순환 속 산물이야.
그렇다면 과연 ‘나’라는 게 철저히 분리된 실체일 수 있을까?
우리가 느끼는 고립과 분리는 사실 하나의 착시야.
거울 속의 반영을 실체로 착각하는 것처럼,
분리된 자아의 감각은 잠시 존재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야.
깨어 있는 눈으로 보면, 자아라는 건 우주의 무한한 그물망 속에 맺힌 작은 매듭일 뿐이지.
양자 얽힘과 의식의 연결성
이런 직관을 과학도 점점 따라오기 시작했어.
양자 물리학은 우리에게 익숙한 상식의 경계를 흔드는 발견을 보여줬지.
그중에서도 특히 ‘얽힘’이라는 현상은 놀라워.
두 입자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상태 변화가 즉각적으로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야.
빛의 속도보다 빠른 연결이 실재한다는 걸 실험으로 확인한 셈이지.
나는 가끔 이런 물음을 던져.
“혹시 의식도 얽혀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종종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순간을 경험하잖아.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거나,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묘하게 직감이 스쳐가는 순간들.
이걸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삶 속에서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그렇게 단순히 넘기기 어려워져.
의식이란 건 물리적 뇌에 갇힌 전기적 신호가 아닐 수도 있어.
더 깊은 차원에서 서로 얽혀 있는 파동일지도 몰라.
우리는 서로 다른 섬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 일렁이는 파도야.
겉으로는 따로따로 움직이지만, 밑바닥에서는 이미 하나의 바다로 연결돼 있지.
만약 이 통찰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면,
타인에게 향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어.
네가 아픈 건 결국 나의 아픔이 되고,
내가 깨어나는 건 곧 네가 깨어나는 길과 맞닿아 있거든.
불이(不二)와 범심론
사실 이런 사유는 새로운 게 아니야.
동양 철학은 오래 전부터 ‘불이(不二)’라는 말을 써왔어.
둘이 아니라는 것, 본래부터 나누어져 있지 않다는 진리.
삶과 죽음, 나와 너, 신과 인간이 본래부터 둘이 아니라는 깨달음이지.
불이는 단순한 철학 개념이 아니라 삶의 체험으로 드러나.
깊은 명상 속에서, 혹은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 속에서,
나는 내가 아닌 모든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걸 체험하게 돼.
나무의 푸르름, 바람의 속삭임, 다른 이의 눈빛까지 모두
나와 같은 바탕에서 피어난 현상임을 알게 되는 거야.
범심론은 이런 관점을 서구 철학 언어로 옮겨놓은 것 같아.
의식은 특정한 뇌 속에 갇혀 있는 부산물이 아니라,
우주 전체에 깔려 있는 근원적 성질이라는 주장이지.
의식은 공간과 시간에 구속되지 않고, 만물에 깃들어 있어.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의식의 파편’이 아니라,
의식 그 자체의 다양한 표현일 뿐이야.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하면 이건 여전히 추상적이야.
하지만 차분히 앉아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각과 바깥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본질적으로 하나의 흐름임을 체험할 수 있지.
그때 비로소 불이와 범심론은 살아 있는 체험으로 다가와.
제4밀도로의 전환
지금 인류가 겪는 혼란은 단순한 사회적 위기가 아니야.
의식의 밀도가 바뀌는 과정이기도 해.
우리는 지금 제3밀도의 막바지에서, 제4밀도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어.
제3밀도의 의식은 분리와 경쟁, 두려움과 생존의 차원에서 움직여.
내 것과 네 것을 나누고,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타인을 경계하지.
이건 지금까지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바탕이기도 했어.
하지만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전환을 향해 움직이고 있어.
제4밀도의 의식은 연결과 공존, 나눔과 사랑의 차원에서 열린다.
여기서는 더 이상 분리가 기본값이 아니야.
나의 선택이 곧 공동체의 선택이고,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으로 다가오지.
제4밀도에서는 자아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
하지만 자아는 더 이상 고립된 섬이 아니라
전체와 연결된 하나의 매듭으로 느껴져.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더 큰 흐름 속에서,
나는 나면서 동시에 너이고, 우리는 우리이면서 동시에 하나야.
맺으며
분리된 자아는 환영이고,
의식은 얽혀 있으며,
삶과 죽음, 나와 너는 본래부터 둘이 아니었어.
우리가 이 통찰을 머리로만 아는 게 아니라
삶 속에서 체험할 때,
의식은 제3밀도의 두려움과 분리를 넘어
제4밀도의 연결과 사랑으로 전환돼.
결국 하나라는 깨달음은 단순한 사상이나 이론이 아니야.
그건 삶의 방식이자, 존재의 깊은 진실이야.
우리가 그 진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세상은 경쟁과 두려움의 장이 아니라
나눔과 사랑의 장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리는 하나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