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ion: v1.0.0 · Date: 2025-08-18
3장. 삶과 죽음의 통합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어.
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을 멀리 밀어두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어.
그러다 누군가의 장례식에 서거나, 몸이 병들 때서야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오지.
나도 그런 순간을 직접 겪은 적이 있어.
어느 날 회사 회식이 끝나고 늦은 시간에 전철을 탔어.
속이 좋지 않아서 토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거야.
역간 거리는 멀어서 한참 남았는데 사람들 많은데서 토하기는 싫고
이윽고 역에 정차해서 문을 나가서 두세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어.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었고,
기절한 채로 앞으로 넘어졌기에 이빨이 깨지고 코에도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남았어.
당시에는 부끄러움에 빨리 처치를 하고 그 자리를 뜨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나중에 깨닫게 된가야.
“아! 내가 이렇게 갑자기 죽을 수도 있구나. 내일이 당연하게 오지 않을 수도 있구나.”
죽음이란 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단 한순간의 호흡, 단 한 모금의 술잔 너머에도 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지.
그 뒤로 죽음을 외면하지 않게 되었어.
죽음을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오히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두려움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은 결국,
죽음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거야.
“나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일 때, 죽음은 더 이상 그림자가 아니라 삶의 일부가 돼.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삶과 죽음을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여겨.
삶은 밝음이고, 죽음은 어둠이고.
삶은 시작이고, 죽음은 끝이라고.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야.
나무의 잎이 떨어지는 게 죽음이라면,
그 낙엽이 흙이 되어 뿌리를 먹여 살리는 건 다시 삶이야.
매 순간 숨을 들이쉬는 건 삶이고,
내쉬는 건 죽음이지.
그 둘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호흡일 뿐이야.
삶과 죽음을 가르고 두려워할 때 우리는 길을 잃어.
삶과 죽음을 하나로 껴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주인이 될 수 있어.
죽음을 알 때 삶이 깊어진다
죽음을 알 때, 삶은 얇은 껍질을 벗고 깊어진다.
내일이 당연히 올 거라 믿을 때는 오늘을 대충 살아.
하지만 내일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걸 알 때,
오늘은 단순한 하루가 아니라 다시는 오지 않을 하루가 돼.
죽음을 자각할 때 우리는 더 사랑하게 되고,
더 용서하게 되고,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돼.
죽음을 아는 건 삶을 잃는 게 아니라,
삶을 더 진하게 사는 길이야.
맺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무모하거나 냉정해지는 게 아니야.
그저 삶과 죽음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껴안는 거야.
삶과 죽음은 원래 둘이 아니었어.
죽음을 안다는 건 삶을 더 깊이 안다는 뜻이고,
삶을 깊이 안다는 건 결국 죽음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삶과 죽음을 함께 껴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참된 주인으로 설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