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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sion: v1.0.0 · Date: 2025-08-18

2장. 길 위의 인간

살아간다는 건 결국 길을 걷는 거야.
누군가는 서두르듯 달리고,
누군가는 한곳에 멈춰 서 있고,
또 누군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지.
어떤 모습이든, 길 위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되지.

사람들은 종종 삶을 목적지에 비유해.
“언제까지 이뤄야 한다, 어디에 도착해야 한다” 하고 말하지.
그런데 나는 이제 조금 다르게 생각해.
삶은 정해진 종착지를 향해 가는 게 아니라,
그저 길 위에서 걷는 행위 그 자체일지 몰라.

길 위에서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고,
상처 입고, 기쁨을 맛보고,
길가에 잠시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지.
삶은 그런 순간순간이 모여 하나의 여정이 되더라.


떠밀려가는 삶과 스스로 걷는 삶

길 위의 인간을 갈라놓는 가장 큰 차이는 단순해.
스스로 걷느냐, 아니면 떠밀려 가느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지.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돈을 벌고…
모든 과정이 정해진 선로처럼 이어지지.
그 사이에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묻는 시간은 자꾸 뒤로 밀려나.

그렇게 떠밀려가는 삶은 편한 듯 보이지만,
막상 돌아보면 공허해.
왜냐하면 그건 내 길이 아니라, 남이 그어준 길이기 때문이지.

반대로 스스로 걷는 삶은 조금 다르지.
남들이 다 가는 길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하고 묻는 순간부터 시작돼.
그리고 그 물음 끝에 작은 선택을 하나 해.
그게 곧 내 발걸음의 방향을 바꾸는 시작이 되지.

스스로 걷는 삶은 늘 확신으로 가득하진 않아.
오히려 불안하고 두려울 때가 많아.
하지만 그 두려움조차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마주하는 거라면,
그건 남이 정해준 안정감보다 훨씬 깊은 의미가 있더라.


길 위의 동행

길은 혼자 걷는 것 같아도, 사실 늘 누군가와 함께야.
가족, 친구, 연인, 동료…
어떤 순간에는 나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고,
또 어떤 순간에는 나를 시험하는 장애물이 되지.

중요한 건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떻게 서 있느냐야.
주인으로 서는 건 남을 밀어내겠다는 뜻이 아니야.
오히려 더 깊이 관계 맺되,
내 선택의 권리를 양도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동행이 있기에 길은 덜 외롭고,
동행이 있기에 길은 때로 더 복잡해져.
하지만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은
결국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빚어내.
함께 걷든, 스쳐 지나가든,
그 만남은 내 발자국에 흔적을 남기지.


길의 끝에서

모든 길에는 끝이 있어.
우리는 그 끝을 죽음이라고 부르지.
많은 사람들은 그 끝을 두려워해서
아예 보지 않으려 하거나,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

하지만 스스로 걷는 사람은 죽음을 다르게 바라봐.
죽음은 종착지가 아니라,
그저 길 위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걸음일 뿐이야.

삶 전체가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면,
죽음조차도 그 길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지.
길의 끝에서 후회하지 않는 건,
남이 정해준 길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을 걸었기 때문이야.


나의 길, 너의 길

나는 지금까지 나의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걸어가야 해.
너 역시 네 길을 걸어가고 있을 거야.

이 글을 쓰면서 내가 네게 주고 싶은 건 정답이 아니야.
단지 네가 걷는 길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도록 흔들어주고 싶을 뿐이지.

혹시 지금 네가 걷는 길이
남이 그어놓은 선로처럼 느껴진다면,
잠시 멈춰서서 이렇게 물어봐.

“이 길은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가?”

그 물음 하나만으로도 달라져.
떠밀려가는 손님이 아니라,
길 위에 주인으로 서 있는 인간이 되니까.


맺으며

삶은 정해진 목적지가 있는 여정이 아니야.
그저 길 위를 걷는 행위 자체가 삶이지.

떠밀려가는 길은 결국 남의 길이고,
스스로 걷는 길은 언제나 나의 길이야.
길 위에서 만난 인연은 나를 단단하게 하고,
길의 끝은 죽음조차도 새로운 걸음으로 바꿔주지.

나는 내 길을 걷고 있어.
너 역시 네 길을 걷고 있겠지.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
그리고 그 방향은 오직 네가 선택할 수 있어.

그러니 스스로에게 물어봐.
“나는 지금 주인으로 걷고 있나, 아니면 손님으로 끌려가고 있나?”
그 물음 하나면 충분해.
그 순간부터 길은 달라지니까.

갈림길에서 찍은 사진 [© jjinjhoo, CC BY-SA 4.0]

사색

오늘 길 위에서 내가 내린 작은 결정 하나가, 내일의 나를 만든다.